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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천서원, 배롱나무 꽃과 노닐다

고즈넉한 산사와 마주하듯,
편안하게 잠시 침잠하고 싶은 생각이 들면 가볍게
내집 드나들듯 갈 수 있는 곳이 있다.

덕천서원

문화 유적지란
관광버스를 타고 찾아가야만
볼 수 있는 곳이라는 나의 생각을
바꾸게 해 준 곳.

오랜만에 들른 덕천서원에서
뜻밖에 여름을 찾은 반가운 이를
만났다.

배롱나무

백일동안 피고지고를 반복하며,
초록만 무성한 이 계절에 선명한 분홍빛으로
지친 여름에 생기를 주는 나무.

툇마루에 앉아 배롱나무를 보며
‘향기란 후각이 아닌 시각으로도
느낄 수 있구나.’

생각을 하며
어느 시인의 시 구절을 떠올렸다.

“꽃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오묘하다.
분별 대신
향기라니.”

백중날이면 사찰에서는
부처꽃을 꺾어서
전에 바쳤다고 한다.

그런데 부처꽃을 못 구하면,
대신 사찰에 많이 식재되어 있는
깨끗한 배롱나무꽃을 바쳤다고 한다.
이는 배롱나무가
부처꽃과이기 때문이리라 짐작된다.

하지만 그 뜻만 있었을까?

수령이 오래된 배롱나무를 보면
그 가지의 휘어짐이 마치
인간의 등걸을 보는 듯하다.

등걸을 타고 돌던 마음의 상념이
수려한 능선길따라 밑턱구름 속으로
사라지듯,

배롱나무 꽃으로 승화되어 났을까?

따가운 가시처럼
아팠던 여름
그 모두를 인내하며
꽃으로 피어난 배롱나무

꽃이 분분하여
낙화되기 전,

덕천서원에서
생동감 있는 기운의 포착을 통한
‘사유의 관조’를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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