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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상류암, 역사의 피안을 찾아서

역사와 문화의 흔적을 찾기 위해 우리는 산청 상류암으로 향했다.
일정을 위해 그 옛날 골골이 숯 굽는 이들이 많았다는 맹세이골을 거쳐, 대원사를 지나 곁눈질로 대원사 계곡을 바라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는데, 역시 마음을 사로잡는다.

대원사계곡/박미정

물길로 지나는 모든 것은
바람을 먹고 살아
참선(參禪)을 쫒는 나무는
오묘한 가지를 저리도 멀리 뻗쳤나

세상 품은 물소리 깊고 아득해
골골마다 깨끗하고
금강송(松)에 걸린 옥류소리에
파아란 하늘도 시리게 차가워라

동그랗게 서성이든 외로운 눈이
계곡물을 더듬으며
젖은 솔잎의 고운 속삭임에
별처럼 맑은 합장(合掌)을 하는구나

얼마를 갔을까?
2미터 이상으로 자라있는 산죽숲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겨우 한 명이 움직일 만큼 좁은 산죽길을 따라 앞서가는 일행의 숨소리만 들으며 걷고 또 걸었다.

 

 

산죽숲은 숲의 전령사인양, 우리에게 온몸을 조아리며 또 조아려야, 5년 동안 아무도 밟지 않은 이곳을 들어올 수 있다고 요구하고 있었다.

나는 산죽숲을 벗어나자, 머리가 땅에 닿도록 숙였던 허리를 펴고 겨우 제대로 숨을 쉴 수 있었다.

 

 

아! 황홀했다.
나는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에 무례한 흙 자국을 남기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조심스러워졌다.
과거와 만나기 위한 준비였다.

그곳에는 그 보기 어렵다는 대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생의 끝을 위대하게 승화시키고 있었다.

썩지 않는 씨앗은 꽃을 피울 수 없고, 꽃을 피워야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생명의 순환에 순응하는 산죽꽃은 위대해 보였다.

 

 

상류암지의 속사정을 우리는 얼마나 알게 될까?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나는 너무 궁금하고 긴장되었다.

남아있는 숯가마터의 흔적.

구비문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숯 굽는 총각과 그를 남편으로 받아들인 세째딸 이야기가 상류암 이곳에도 있었을까?

깨어진 맷돌과 파편만 남은 그릇을 보며, 마치 거대한 퍼즐판을 앞에 두고 몇 개의 퍼즐 조각만으로 애쓰는 내가 안타깝기만 했다.

 

산작약은 꽃이 떨어지고,
먼 옛날 그들의 이야기도 세월에, 바람에 떠밀려 사라져 버린 지 오래이다.

그 무수한 시간의 궤적 속에서,
“바위도 풍화를 거듭하며 결국 세 개로 쪼개지고 그중 가운데 것은 앞으로 걸어 나올 수밖에 없었을 거야. 원래 가운데 것은 지금 저곳이 지 자리가 아니지.”

연륜 많은 일행의 한 말씀에 나는 고개만 끄덕이며 조용히 바람소리를 들었다.

“오늘, 네가 만난 이 철쭉을 내년에 다시 만날 수는 없어.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다시 온다고 하여도 내가 서 있는 이곳은 같은 곳이 아니란다.”

자연은 찰나의 순간에도 끊임없는 변화와 신선한 생명력으로 거듭나고 있었구나.
조용히 내면으로 역동하는 것의 힘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지…….

역사의 피안을 찾아 나선 길에서 손에 잡힌 것은 없었으나 분명 마음에 담고 온 것은 있었다.

자연은 결코 요란스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위틈을 뚫고 초록의 생명은 터전을 이루었고, 따스한 햇살에 반짝, 연초록빛을 발하고 있었다.

산청군SNS기자단 박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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