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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까치 소리를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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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햇살 눈 부시다. 봄이 왔다. 봄이 일렁거려 그저 목적지 없이 길을 나섰다. 지리산으로 향하던 차는 남사예담촌을 지나자 곧장 가지 않고 삼거리에서 입석리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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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햇살을 길동무 삼아 안으로 들어가자 ‘호암동천’이라는 표지석이 발걸음을 세운다. 초입에 세운 골짜기 표지석인데 표지석을 지나 나오는 골짜기 안쪽이 호암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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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석 앞에서 금계천 너머를 살폈다. 개울 건너에 호랑이 바위가 있어서 호암골이라고 부른다. 호랑이 한 마리가 논 위 언덕에 누워 있는 모양이라고 하는데 나는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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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을 달래고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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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를 돌 때마다 푸른 봄 풍경이 펼쳐진다. 입석교를 지나자 삼거리가 나온다. 어디로 갈지 목적지를 정해놓지 않은 까닭에 잠시 차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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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거리 근처 입석보건진료소 앞에 하늘 향해 향을 피우듯이 멋진 향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옆으로 산청 입석리 진양강씨 정려각(山淸 立石里 晉陽姜氏 旌閭閣) 나온다. 권택(權澤)의 처 진양강씨의 정려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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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7년(선조 30) 정유재란 때 진양강씨는 외적이 몸을 범하려 하자 자결하였다. 정려각은 앞면 1칸, 옆면 1칸의 겹처마 맞배지붕 집이고 양쪽 옆에 풍판이 있다. 원형 주춧돌 위에 원기둥을 세우고 대들보를 걸었으며 대들보 위에 제형 판대공을 놓아 종도리와 받침장여를 지지하고 있다. 종도리 받침장여와 판대공 사이에 소로를 끼운 소로수장집이다. 목부에는 아름답게 모루단청을 채색하였다.

안쪽 중심부에 1934년에 세운 정려비가 있으며 건물 내부의 서까래에 <선무랑권택처절부진양강씨각(宣務郞權澤妻節婦晉陽姜氏閭)>라고 새긴 현판이 있다.

1601년(선조 34) 배양촌(培養村) 앞에 정려각을 세웠는데 1688년(숙종 14) 정려각을 입석리로 옮겼고 1778년(정조 2)과 1927년 각각 중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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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내 농협에 들러 주전부리를 몇 가지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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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정자나무로 향했다. 느티나무는 겨우내 묵은 때를 벗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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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너머 금계천에 일렁이는 봄을 구경하다 무릎을 꿇었다. 봄까치꽃이 봄소식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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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속에서 봄을 보려면 / 신도 경건하게 무릎 꿇어야 하리라/ ~ //양지바른 길가 까치 떼처럼 무리 지어 앉아/ 저마다 보라빛 꽃, 꽃 피워서 / 봄의 전령사는 뜨거운 소식 전하느니// 까치도 숨어버린 찬바람 속에서/봄까치꽃 피어서 까치소리 자욱하다/ 그러나 콩알보다 더 작은 꽃은/ 기다리지 않는 사람에겐 보이지 않느니/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들리지도 않느니//~(정일근 시 ‘봄까치꽃’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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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봄을 알리는 까치 소리가 들려온다. 봄 햇살은 산과 들에만 있지 않다. 내 안 가득 담았다.

 

 

산청군SNS기자단 김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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