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월리엄 브레이크가 “한 송이 들꽃 속에서 천국을 본다…” 는 말은 과장된 비유이며 추상화된 상징성의 극대화라 여겼었다.
그러나 매일 변하는 자연 앞에 끝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작은 일상에 숨겨진 거대한 진실과 소소한 파편들 사이에 깃든 숱한 진리를 보라는 그의 충고가 깊이 와 닿는 요즘이다.
소소한 것들에 깃든 커다란 것, 거대한 것 속에 있는 작은 것, 끊임없이 변하는 것과 늘 변하지 않는 것, 내가 숨쉬는 공기가 내 속으로 들어가듯 모든 것은 끝없이 잇닿아 있다는 것을 나 역시 배우고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라!
장 자크 루소가 “자연으로 돌아가라!”
는 충고를 귀거래사로 삼고 들어 온 산청.
미처 몰랐었다.
작은 꽃마리와 무당벌레 한 마리부터 5층 높이 이상이나 되는 히말라야시다까지 나를 둘러싼 자연이 끊임없이 교감하도록 가르친다는 것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삶을 사는 데는 단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기적이 전혀 없다고 여기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여기는 방식이다.”
그의 말이 옳았다.
자연을 가만히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매일매일 기적을 보게 된다.
내가 심지도 않았는데, 아무것도 없어 보이던 땅에서 어느새 송이송이 알을 담은 포도나무.
전 집주인의 공이 모습을 드러낸다.
내가 씨 뿌리고 물 주지도 않은 그 곳에 땅 속 깊이 숨어 있던 씨앗이 오월이 되니, 연두빛의 여린 잎은 거친 흙을 밀고 나왔다
놀랍고 신비스럽다!
철쭉꽃이 지고 난 자리에 초롱꽃이 맺혔다.
어디서 왔을까?
마당 곳곳에 들깨가 자라고 있다.
작년에 아주까리를 심은 밭에서는 심지도 않은 아주까리가 모종을 옮겨 놓은 듯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라고 있다.
돌나물에 꽃이 피고 시들시들 해져서 뽑았더니 그 자리에는 이미 다른 생명이 틈새를 비집고 무수히 올라와 있었다.
탱자였다!
이른 봄, 어린 은행잎이 올라오길래 예사롭게 여겼는데 이미 제법 자라 거대한 수은행나무 옆에서 제 존재를 과시하고 있다 .
자연은 매일 기적을
일으킨다!
「에밀」의 저자 장자크 루소의 마음이 이런 것이었을까 감히 상상을 해본다.
“나는 이 거대한 자연 안에서…경탄의 대상을 보며 그 대상과 하나 되는 것을 느낀다. 어떻게 이 장미를 약절구에 넣어 빻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자연을 즐기고 관찰하고 도식하길 원한다.”
나 역시 그의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자연 안에서, 지리산 기슭에서, 산청에서, 나의 집 뜰에서 나는 기적을 만나고 천국을 느낀다.
sns기자단 박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