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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성심원 내 유의배공원과 십자가의 길을 걷다

나와 가까워지는 길을 걸었다
산청 성심원 내 유의배공원과 십자가의 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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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인과 중증장애인 생활복지시설인 경남 산청 성심원

푸른색 하늘 캔버스에 하얀 구름으로 드문드문 칠을 한 9월의 마지막 날, 그저 걷고 싶었다. 한센인과 중증장애인 생활복지시설인 경남 산청 성심원 내를 걸었다. 지리산 웅석봉에 봉화를 피어놓은 듯 솟아있는 구름이 풍현교에서 먼저 반긴다. 떨어져 있는 세상은 그저 섬일 뿐이다. 다리를 건너 온전히 나만의 섬처럼 성심원으로 들어갔다. 진주 남강으로 내달리는 경호강의 맑은 물소리를 뒤로하고 온갖 잡생각을 떨쳐버리며 신록으로 향하는 길, 쉬엄쉬엄 걷는다. 오늘은 지리산 둘레길 수철-어천구간이 아닌 성심원 내 숨겨진 평안의 바다에 풍덩 빠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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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갖 수난을 겪으신 주님의 사랑을 묵상하며 성모님과 함께 십자가의 길을 걷고자’ 만든 성심원 내‘십자가의 길’ 입구

요양원과 노인전문주택 가정사 4동 사이로 돌고 도는 구비 진 작은 언덕을 걸었다. ‘온갖 수난을 겪으신 주님의 사랑을 묵상하며 성모님과 함께 십자가의 길을 걷고자’ 만든 ‘십자가의 길’ 입구다. 이 길은 성심원 성당 유의배 알로이시오 신부 칠순을 기념해 성심원 가족들이 마련한 길이다. 유 신부는 고향 스페인 게르니카를 떠나 1만 킬로미터가 넘는 이곳 성심원을 찾아 35년의 세월을 함께 보낸 파란 눈의 성자로 불린다. 비록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사형선고를 받으신’ 예수님을 받친 십자가의 길 14처 그 첫걸음 앞에서는 잠시 걸음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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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성심원 내 십자가의 길은 유의배 알로이시오 신부 칠순을 기념해
성심원 가족들이 마련한 길이다. 유 신부는 고향 스페인 게르니카를 떠나 1만 킬로미터가
넘는 이곳 성심원을 찾아 35년의 세월을 함께 보낸 파란 눈의 성자로 불린다.

어차피 이 길은 누구를 만나거나 얼마나 빨리 완주해야 할 기록 다투는 시합도 아니다. 걸었다. 왼편으로 가면 성모동굴로 가는 십자가의 길이 놓여 있고 오른편에는 아담한 ‘유의배공원’이다. 공원 한쪽에는 사과가 빨갛게 익어간다. 빨간 사과에 이끌려 공원으로 들어섰다. 공원 뒤편으로는 대성당이 보인다. 아담한 정자를 지나 가을의 운치를 더해가는 시화전을 구경했다. 뒷산에서 들국화 한 송이 영감 산소에 꽂아준 할머니의 ‘짧은 시’는 전혀 짧지 않다. 성심원 시문학 모임 어르신들의 시들이 예쁜 그림과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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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성심원 내에 있는 유의배공원.

한센병으로 장애를 가진 할머니가 쓴 시가 간절하다. ‘하늘이시여 하늘이시여/ 내 소원 들어주셨으면…/ 내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줬으면/ 욕심이 과한가/ 그래도 들어주셨으면…/’ 간절한 바람이 얼굴에 부딪혀 저만치 부활 조형물로 날아간다. 하트모양의 작은 연못에 빨간 금붕어 한가로이 노닌다. 그 옆에는 사람들이 물고기인 양 시원하게 놀았을 수영장이 있다. 수영장 물속에 은행나무며 벚나무고 하늘하늘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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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배공원에는 한센병으로 장애를 가진 할머니가 쓴 간절한 시를 비롯해
한센인들과 장애인들이 쓴 시를 전시하고 있다.

공원을 나와 대성당 쪽으로 올라갔다. 지리산 둘레길 산청안내센터 ‘쉬는 발걸음’ 옆에는 아름드리 벚나무들 사이로 강렬한 바다를 닮은 건물 ‘아네스의 집’이 나온다. 성심원 단체 방문객들이 쉬어가는 집이다. ‘아네스의 집’ 아래에는 성모동굴로 가는 십자가의 길이 이어진다. 노인전문주택 가정사 4개 동 뒤로 산허리를 돌고 도는 길에는 사방으로 성심원 전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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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전문주택 가정사 4개 동 뒤로 산허리를 돌고 도는
길에는 사방으로 성심원 전경이 펼쳐진다.

기도의 집과 웅석봉으로 가는 삼거리가 나온다. 따사로운 햇살이 소나무 사이사이로 내리비치는 길에서 땀 줄기가 등을 타고 흘러내린다. 숲 사이로 바람 한 줄기 불어온다. 바람 따라 걸어왔던 길과 가고자 하는 길이 내 마음에서 들고 난다. 프랑스 루르드에 있는 가톨릭 성지를 본떠 만든 소담한 성모동굴이 길 끝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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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들어 소나무 사이로 하늘 바라보며 나를 돌아보며 걷는 길이었다.

고개 들어 소나무 사이로 하늘 바라보며 나를 돌아보며 걷는 길이었다. 성모동굴과 십자가의 길, 유의배 공원 산책길은 청량한 숲의 기운이 사람 마음을 청정하게 일깨운다. 고요함이 가득한 성심원 내 ‘유의배 공원’과 ‘십자가의 길’은 그저 거니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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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함이 가득한 성심원 내 ‘유의배 공원’과 ‘십자가의 길’은 그저 거니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SNS기자단 김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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